9/20자 조선일보(A1-2) 기사-
[봉생문화재단] 없음
2012-09-20 329
 

 

(A1)

6부: 결혼문화 바꾸는 사람들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네번째 주자로 참여

정의화 의원

18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정의화(64·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 큰아들 장가보낼 때 가족·친지만 초청해 병원 강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치렀다. 결혼식 비용으로 500만원을 썼다. 정 의원은 19일 "부모 힘으로 화려하게 출발하는 사람보다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사람이 박수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둘째·셋째 아들도 똑같이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이 출범한 뒤 첫 사흘 동안 정 의원을 포함해 200명 가까운 사람이 동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사돈 유원석(59) 변호사를 포함해 수많은 사회 지도층이 "나부터 내 자식을 간소하게 결혼시키겠다"고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있다. 부(富)와 위세(威勢)를 과시하는 호화 결혼식은 '졸부들이나 하는 그릇된 풍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회단체에서도 "회원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을 문의해왔다.

이 캠페인은 작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모든 분에게 온 가족의 추억이 될 증서를 보내드리는 공익 행사다. 조선일보·여성가족부·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함께 펼친다.

신산철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사무총장은 "온 가족이 증서를 돌려보면서 부모는 자식에게 올바른 결혼관을 가르치고, 자식은 독립심을 배우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서 "부유한 사람부터 어려운 사람까지 모든 계층에서 문의·신청 전화가 쏟아져 일손이 달릴 정도"라고 했다.

(A2)
6부-<4>아버지들의 약속
4년 전 병원 강당서 장남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4호' 정의화 의원

가족끼리 커튼 달고 카펫 깔고 하객들 잔치국수 대접하고 떡까지 돌려도 500만원 들어
정의화 의원 "호텔 결혼식 하려면 해라. 단, 너희가 벌어서 해라… 그 결혼식 난 안 갈란다"

"호텔에서 호화 결혼식 하고 싶으면 해라. 단, 느그들이 벌어서 해라. 아부지는 그런 돈 안 대준다. 식장에도 안 갈란다. 여자 친구 생기면 미리 말해줘라. 시아부지 안 오는 결혼식 하고 싶거든 호텔에서 식 올리라고."

18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 정의화(64·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아들 3형제를 앉혀놓고 억센 부산 사투리로 선포한 말이다.

장남 연학(32)씨는 그해 11월 최대 200명 들어가는 부산 좌천동 김원묵기념봉생병원 강당에서 신부 구연수(32)씨와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정 의원은 "둘째·셋째도 같은 방식으로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네 번째 주자로 참여한 것이다.

정의화 의원은 아들 결혼식을 호텔에서 치를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다.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 의원은 “우리 사회도 이제 돈 있다고 으스대는 단계에서 벗어나 검소하게 품격을 지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호화 결혼식에 갈 때마다 ‘저 집 자식이 아무리 똑똑해도 아직 이룬 게 없을 텐데, 이렇게 거창하게 식 올리면 되겠는가’ 싶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정 의원 부인(59)은 "큰아들 혼사 때 꽃 장식 업체를 따로 부르지 않고 우리끼리 강당에 커튼 달고 카펫 깔았다"면서 "커튼 값·카펫 값에 잔치국수 대접하고 떡 돌리는 비용까지 총 500만원 들었다"고 했다. 커튼과 카펫은 남은 두 아들 결혼시킬 때 다시 쓰려고 보관 중이다.

정 의원은 신경외과 전문의다. 부산대 의대·뉴욕대를 거쳐 1981년부터 30년 넘게 김원묵기념봉생병원을 맡아 동네 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키웠다. 그는 19대 국회 재산등록 할 때 140억원을 신고했다. 현역 의원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다. 그래도 일찍부터 세 아들에게 "호화 결혼식 꿈도 꾸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호텔 결혼식 가보면 패션쇼 무대처럼 꾸며놓고 부(富)를 과시하면서 축의금까지 받습니다. 원래 축의금·부의금은 큰일 치르느라 힘들다고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보태주는 겁니다. 아들들에게 '부자일수록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대소사를 간소하게 치러야 욕먹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큰아들 결혼할 때 축의금을 사양했다. 장인상·장모상·부친상 치를 때도 부의금을 안 받았다. 화환 보내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쳤다. 정 보내겠다고 하면 쌀로 대신 받아 가난한 노인들에게 기부했다.

그는 "요즘 한국 사회에는 큰 모순이 있다"고 했다. 부자(富者)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에 대해선 반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깊이 들여다보면, 부를 일군 행위 그 자체에 반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부자들이 편법으로 상속하고, 남들은 다 고생하는데 자기 자식만 화려하게 출발하게 하니 박탈감을 느끼는 겁니다."

정 의원은 "나는 우리 집에서 '파쇼'(독재자)"라고 했다. 아버지가 결정하면 가족들은 무조건 따른다는 뜻이다. 장남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차남·삼남은 병원 일을 거들고 있다.

차남 연화(30)씨는 아버지와 꼭 닮은 부산 말투로 "우리 아부지 파쇼 맞는데 마 하시는 말씀이 다 옳습니다" 했다. 그는 공익 판정을 받은 뒤 "현역으로 군대 가라"는 아버지 닦달에 '군대 갔다 건강 해쳐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육군 백마부대에서 복무했다.

"예전 여자 친구에게 '우리 집은 화려한 결혼식 못 하게 한다'고 했더니 싫어하데요. '호텔에서 결혼하는 게 로망이다'하더라고요.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결국 헤어졌습니다. 결혼할 여자 생기면 '호화 결혼식은 돈만 있으면 다 한다. 작은 결혼식은 아무나 못 한다. 작은 결혼식 하려면 돈 말고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이래 설득할라고요."

정 의원의 부인은 최근 자식들에게 "집집마다 예단 때문에 싸운다던데, 우리 집은 그러지 말자"고 했다. 삼남 연석(29)씨는 "작은 결혼식이 우리 집 전통이 되게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