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단] 여기, 지금 /김재홍
바람 없음
2005-07-01 343
 

평화를 사칭한 비둘기 떼에 쫓겨

반가운 척 짖어대는 까치소리에 놀라

어린 참새 한 마리

학교 식당 안으로 날아들었다

조그만 창 틈을 비집고

한 뼘의 자유를 쪼으려

매몰차게 먹어대는 아이들 머리 위를

어지러이 날아다니다

온몸을 투사하는 형광 불빛에

몇 번이고 제 그림자를 던지고는

우우우 손가락질 함성에

공중으로 날갯짓 매번 시도해 보지만

어미 기다리는 푸른 하늘은

결코 보이지 않고

먼지 낀 선풍기

회전날개에 아슬히 걸터앉아

불안한 눈망울만 떨어뜨리고 있다



시작 노트-예전에 자유롭게 볼 수 있었던 참새 한 마리를 저녁시간 학교 식당에서 멋모르고 봤습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제자리를 빼앗기고 이제 손님이 되어버린 어린 그 참새, 어쩌면 신화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 봅니다.



약력-계간 '시의나라' 등단. 부산 경원고 교사. 시집 '가야산 호랑이'.

[2005/06/19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