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루, 아랑각을 돌아보니>
문석경
세상시름 내려놓고 철마로 달려와서
우리나라 제1루의 대청에 올라앉아
마음을 가다듬으니 펼쳐지는 광활함
밀양강 너를 안고 돌아온 천만년이
한나절 풍광으로 감탄사 터지는데
내 어찌 붓을 끌어안고 시 한수 없을 소냐
회상의 무지개가 그 시절 그려놓고
원혼을 달래려고 향피워 놓았더니
아랑이 먹을 갈다말고 나비되어 나르네
해마다 축제해도 외로운 아랑비각
할 말을 다 못하고 굳어진 돌이 되어
천년을 대숲속에서 굳게 지킨 정절이여
돌계단 미안한 듯 드러누워 말이 없고
강바람 지나가며 더위를 식히는데
망각이 세월 탓하며 드리우는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