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남산기행에서>
문석경
산아래 마중 나와 불심으로 모여앉아
천년의 풍상을 안고 웃어주는 삼릉이여
목 없는 석불하나 문지기로 지켜서서
산문열고 들어서는 등산객 하나하나
갈바람 저고리 흔들며 관능미로 유혹하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다리잡고 울먹여도
바쁘다는 핑계대며 뿌리치고 올라가니
마애불 뒤돌아보며 다시오라 기약하네
편하게 모시려고 공사가 한창인데
연화대 올라앉은 불상은 한가롭고
나그네 왔다갔다하며 괜한 마음 바쁘더라
가픈 숨 몰아쉬며 목부터 축였더니
남산의 상선암에 나팔꽃 만발하여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 삘릴릴리 재촉하네
다리 아픈 일행들을 아래로 내보내고
떨리는 육신끌고 한발한발 올라서니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는 마애석가여래좌상
돌아보면 미소지을 석불에 미련남아
봉오리 돌고 돌며 돌아보면 넓은 벌판
용장골 깊은 골짜기 숨겨놓은 천년세월
금오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하산 길 의논하여 코스를 정했더니
모두다 박수를 치며 쾌히 승낙 하더라
한발 한발 내려서는 일행들 발걸음에
잠자는 금오신화 유행가로 곡을 붙여
용장골 떠나가도록 불러보는 무명시인
중생들 두 손 모아 안전을 지켜달라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있는 작은 마음
용장사 삼층석탑만은 들어주리라 믿는다
동그란 삼층돌탑위에 올라앉은 마애여래좌상아
떨어져 도망간 머리 찾아준다 약속 하마
그렇게 찾아 해매는 산거백영 내 놓거라
이생과 최시녀가 이승의 인연으로
금오신화 소설속에 주인공 되었다가
이 땅에 서사구조로 신금 울린 이야기
탑상골 용장사지 석축만 남아있고
덧없이 흐른 세월 대나무가 지키는데
누군가 드러누워서 묘지처럼 되었구나
설잠교 건너오며 돌아보는 금오산은
천년의 세월에도 불심은 그대로고
매월당 글 읽은 소리 들리는 듯 하누나
<2009, 0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