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산
문석경
아직은 단풍 안 든 잡나무 우거진 길
잡초가 듬성듬성 포장 안 된 길바닥
돈벌이 잘 안 되는 절이라 짐작하며 올라가니
다리인 듯 정자인 듯 아름다운 형상으로
미련 없이 욕심 없이 우아하게 건너라고
개울에 길게 누워서 가르침을 주는데
세속에 물든 손을 한 번도 씻지 않고
그대로 달리는 철달구지 걸음걸이
전란에 소실되지 않고 굳게굳게 지키면서
능파각 대들보가 허리통증 호소해도
속세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돌아보는
미련한 중생들 틈에 단봇짐 진 등산객
이념을 끌어안고 밀고 당긴 전란 속에
희생된 경찰들의 영령을 위로하러
동지들 성금을 모아 세워놓은 충혼탑
안내판 표지 속에 처절한 그 날들을
빠짐없이 적어놔도 철마로 지나치는
어설픈 역사탐방객 수박 겉만 핧누나
차에서 내려서면 펼쳐지는 전경 속에
언덕이 펼쳐있고 올라서면 연못이라
가운데 3층석탑이 수면위에 떠 있네
태안사를 옆에 두고 인원파악 먼저하고
등산 중 낙오되면 무조건 오른쪽을
열 번도 넘게 들었는데 삼거리에 헛갈리고
열두봉 넘고 넘어 정상에 발도장 찍어도
큰 바위 하나 없이 잡나무 무성 하네
봉황은 오동나무 아니면 앉지를 않는다 던데
어쩌다 낙오자로 굽이굽이 올라서니
조망권 꽉 막히고 숲속에 오리무중
봉황새 노래하는데 보이지를 않누나
능선의 무덤위에 구절초 곱게 피고
솔바람 솔솔 부니 흔들리는 단풍잎
내 마음 붉게 물들어 곱디곱던 한나절
내리막 급경사가 발목잡고 늘어져도
오르막보다 낫다는 핑계로 달래면서
도토리 굴러오듯이 데굴데굴 굴러본다
태안사 도착하여 돌아볼 생각인데
대원 한 사람 발목을 삐었다고
책임자 걱정을 늘어놓으며 하늘을 보고 있네
여러번 시도 끝에 통화가 연결되고
해결책 궁리 끝에 119 불렀다고
나는야 사찰 돌아보려고 산책길을 나섰다
일주문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받침 위에 하대석 그 위에 당초무늬
모두다 팔각석으로 조형미가 아름답고
목 짧은 귀부위에 머리는 용 모양
비석 없이 덥개석 촛불공양 자리 있고
덮개석 극락조 새겨져 날고 싶은 그 욕망
계단을 올라서면 넓은 마당 나오고
적묵당 무게잡고 입다물고 있으니
해회당 공유일인지 정적만이 감돌고
동리산 기슭아래 오동나무 속 꼬갱이
올릴 때 안 울릴 때 구분을 하면서
대웅전 내려보는데 편안하게 보이더라
곡성 기차마을 장미원 주차장까지
119 구급대가 환자를 싣고 와서
버스에 인계해주고 잘 가라고 하면서
옛날에 나도 저랬다고 자부심을 해보며
고맙다 말을 하고 돌아서는 내 가슴에
장미꽃 만발하면서 웃어웃어 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