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상사화에게>
문석경
목 빼고 뒤꿈치를 들어올린 기다림에
올해도 어김없이 잎지고 꽃만 피네
한더위 다 지나도록 피눈물로 엮은 세월
불심에 심지올린 법당 앞 석등 하나
인연을 맺어주려 천년을 밝히는데
마애불 안거로 돌아앉아 옴짝않는 반만년
불경만 외우면서 대화없는 긴 세월에
손가락 마디마디 꺽으며 수절하니
꽉 막힌 봉창처럼 굳어 열리지를 않으오
어차피 갈 길 다른 여정을 엮으면서
운명도 복이려니 하면서 받아들여
이제는 뜬 구름 잡는 마음마음 비우고
한 때의 바람으로 가슴만 치지말고
선운사 범종소리 눈물로 끌어안고
밤마다 염불을 외며 일신정진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