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를 돌아보고>
문석경
초가을 맑은 하늘 중천에 엷은 햇살
풍천장어 꼬리치며 냄새를 풍기어도
복분자 길가에 늘어져 요강단지 뒤비고
조금만 비켜서면 서정주 생가 터 옆
폐교에 문학관 만들어 꽃단장을 해 놓고
갈 길을 붙잡어면서 문학토론 하자해도
도솔천 꽃무릅이 초입에 마중 나와
붉은 자태 뽐내면서 진면목 보여주고
주차장 자리내주니 산개울이 안고도네
대웅전 웅장하게 자리를 지키는데
빠듯한 일정탓에 인도로 비켜서서
곁눈질 하지도 않고 곧은 길로 올라가니
늘어진 수목 그늘 끝없이 펼쳐놓고
그 아래 꽃무릅의 방긋 웃는 붉은 입술
아무리 둘러보아도 도솔천의 황홀경
넉넉한 마음으로 꽃길을 따라가면
아름드리 나무속에 햇볕이 숨어들어
내 마음 불심을 심어 천마산에 인도하네
아무리 둘러봐도 계단계단 또 계단
무수한 발자국이 올라오라 유혹하고
멀리서 목탁소리가 등 떠밀어 주더라
천마 등 올라타고 발길로 이랴낄낄
한나절 달려가면 극락정토 갈 것 같고
솔바람 마주불어와 이마 땀을 씻더라
낙조대 송곳바위 하늘을 뚫고 서서
저녁놀 끌어않고 이마가 붉어지고
배맨바위 사다리 놓고 바벨탑을 쌓더라
용문굴 좋다해도 일행들 내려가니
이정표 처다보며 아쉬움을 달래놓고
눈물로 발길 돌리며 내려올 수 밖에
올라간 그 길로 되돌아 내려오면
마애불 인자하게 책상다리 하고 앉아
비결록 가슴에 안고 하안거로 취침 중
연화대 꽃잎들은 아직까지 푸르르고
풍우와 뇌성에도 절개를 더해가며
지켜온 반만년 세월 오직하나 성불도
머리위 구멍에는 아직도 나무 꽂혀
비 가린 흔적을 증명하듯 남아있고
코 위에 주먹만한 보석 태양광을 받더라
수박 겉 핥는 듯이 돌아보며 내려오면
도솔암 섭섭한지 염불소리 더 높여도
탐방객 시간 보면서 못들은 척 하는구나
진흥굴 문을 열고 예배불 밝혀놓고
진흥왕이 딸 데리고 기도했다 유혹해도
노총각 본체만체하며 자아성찰만 하고
장사송 부챗살로 가지를 펼쳐놓고
오가는 중생이마 땀방을 닦아주면
늦여름 미안한 듯이 저만치 물러가고
원거리 기행이라 시간에 몸을 실어
본듯이 안 본듯이 걸음을 재촉해도
선암사 뒷문을 열고 식수대로 손을 끌고
시와 음악이 흐른다는 선운사 고운 가을
선운문화제 펼치려고 의자를 늘어놓고
양희은 꾀꼬리 목소리 프랑카드 걸어놔도
허전함 달래려고 산사에 들렸다가
지장전 열두대왕 대성일갈 듣고나서
일주문 돌아 나오며 가슴 앓는 상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