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골을 돌아보고
문석경 없음
2010-08-24 407
 

 

<피아골을 돌아보고>

                                    문석경

산 좋고 물 좋고 삼홍까지 좋다기에

한여름 역사기행 동참한 긴 여정에

기대로 가득 찬 가슴 감출수가 없는데

 

노고단과 반야봉서 발원한 물줄기가

사이좋게 어깨동무 직전까지 마중 나와

폭포로 쏟아지면서 두 팔 벌려 안겨오고

 

인생길 굽이굽이 반복의 발걸음에

온 세상 너덜돌이 빠짐없이 모여들어

저마다 사연을 안고 누워있는 길바닥

 

남부군 토벌대가 번갈아 오가면서

이념을 목에 걸던 처절한 동족상잔

끝없이 밟고 다녀도 말이 없든 너덜돌

 

이제까지 입 다물고 버티고 버티다가

오늘은 발끝으로 짚어가며 전해주는

역사의 뒤안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

 

초근목피 연명에 피죽은 진수성찬

정유재란 수난 속에 이름 붙은 피밭골

지금은 관광지 되어 불러불러 모아놓고

 

핏빛보다 붉다더니 단풍나무 파랗고

내 마음 청춘이라 푸름을 더해주니

개울물 녹음에 젖어 파랗게 흘러가고

 

물 맑고 하늘 맑고 내 마음도 맑은데

활엽수 푸른 잎이 그늘을 지어주니

태양도 미안한 듯이 구름 속에 숨더구나

 

지리산 10경으로 자랑하던 피아골

옆홍 수홍 인홍은 아직도 청춘이고

녹음이 우거진 삼홍소 물소리도 젊은데

 

철교를 돌고 돌아 대피소에 올라서니

식수대 물줄기는 끝없이 넘쳐흘러

반갑게 맞아주면서 수인사를 하더구나

 

출입문 잠겨 있고 두들겨도 말이 없고

시인마을 탁자도 주인 없는 풍경인데

컵라면 선반에 올라앉아 가슴 졸이는 풍경

 

한없이 흘린 눈물 밥 말아 먹고 나서

묵묵히 누워있는 천왕봉 뒤로하니

아쉬워 발걸음 잡고 따라오는 폭포수

 

그 옛날 맺친 한을 풀어내고 싶어서

이 것도 인연이라 저리 울어 대는데

빡빡한 일정을 안고 가슴 쓸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