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과 함께 춤을

도시의 랜드마크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방법? 그것은 원래의 기능은 기능대로 살리면서 다른 용도를 찾아내 결합시키는 창의성을 발휘할 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춤계는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인 광안대교를 거대한 '무대장치'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인상 깊은 국제적 춤 페스티벌을 만들어냈는데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부산국제무용제가 그것이다.

제4회 부산국제무용제가 내달 2~4일 부산 광안리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광안리 해변에 바다를 등지고 무대를 설치함으로써 바다와 광안대교를 무대배경으로 끌어들였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춤 무대 앞에서 관객과 참가자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이 행사는 부산 춤계 최대의 국제 춤 페스티벌이며 전국적으로도 비중 있는 야외 춤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 달라지는 것들

지난해까지 부산무용협회가 주축이 되어 열던 이 행사는 올해부터 부산시가 공동 주최자로 들어옴으로써 외연이 커졌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올해 처음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부산대 이윤자(무용학과) 교수가 운영위원장으로 실무를 주도한다. 이와 관련 명칭도 지난해까지 부산국제해변무용제(BIBDF)을 쓰던 것을 올해부터 부산국제무용제(BIDF)로 바꾸었다.

또 단순한 향연을 넘어 행사의 정체성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무용제의 '주제'를 내세웠다. 올해 부산국제무용제의 테마는 '생태와 춤'. 주최 측이 행사 전반에 걸쳐 '생태'라는 테마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과연 잘 부각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예년까지는 있던 실내공연을 없애고 광안리 특설무대 야외공연에 집중했다.

어떤 춤단체들이 참가하나 전국적으로 그 독특함을 인정받고 있으며 나름대로 위상을 세워가고 있는 국제적 춤의 축제인만큼 어떤 팀, 어떤 무용가가 초청되었는가 하는 점은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올해는 9개국 17개 단체가 모두 25편의 춤 작품을 선보인다. 해외 초청작 가운데 단연 주목받는 것은 한국 발레의 상징처럼 통하는 발레리나 강수진 씨와 그가 속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다. 부산국제해변무용제시절 한 차례 초청돼 관심을 끌었던 코레쉬댄스컴퍼니(미국)를 비롯해 로열스웨디쉬발레단(스웨덴), 서든리댄스컴퍼니(캐나다), 이도지댄스컴퍼니(나이지리아), 엠-레버러토리(일본), 아닐 판찰 댄스컴퍼니(인도), 순쉬어댄스컴퍼니(타이완) 등 8개국에서 춤꾼들이 찾아온다. 예년과 비교하면 해외 팀들이 더 다채로워졌다. 국내 초청팀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춤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현자(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춤 잘 춘다고 이름난 KNUA무용단을 이끌고 부산을 찾는다. KNUA는 한국예종의 영문 약칭. 대표적인 한국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 현대무용가 부산대 정귀인(무용학과) 교수의 부산현대무용단이 오랜 만에 부산에서 공연하며 세종대 양선희 교수의 춤다솜무용단, 부산대 민병수 교수의 민병수발레단, 춤타래무용단, LDP무용단, 신라대 정신혜 교수의 정신혜무용단, 컨템포러리 발레시어터 얀 등이 출연한다. 자유참가팀 15개 단체도 나온다.   유니버셜 발레단 참가 팀들은 내달 2~4일 저녁 8시부터 사흘 동안 골고루 돌아가며 총 1~3회씩 공연하므로 상세한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 주최 측 홈페이지(www.bidf.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부대 행사 '월드스타 강수진과 함께 하는 발레 클래스와 대화 모임'이 먼저 눈길을 끈다. 8월 4일 오전 10시~11시40분, 5일 낮 12시~오후 1시 40분 신라대 무용실. 발레 마스터 Tunc Sckmen 초청 발레 클래스 4일 낮 12시~오후 1시40분, 5일 오전 10시~11시40분 신라대 무용실. 행사 주제와 관련된 부대행사인 15개 자유 참가팀들의 공연인 열린 춤 무대는 2~4일 오후 6~7시 광안리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주최 측은 '생태와 춤'이라는 주제를 살리기 위해 '과학과 예술문화의 융합'이라는 국제학술심포지엄과 '자연과 다도 그리고 춤의 만남'이라는 문화행사도 준비 중이나 이들 행사는 오는 10월께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이번 공연행사에서 당장 '생태와 춤'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작으나마 성장하고 있는 지역 춤계의 오늘을 보일 수 있는 섹션도 만들어 볼 법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