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무용단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여름밤에 부산문화회관 야외무대에서 열고 있는 '마당춤판'은 말 그대로 관객들로 미어진다. 특히 지난해 '선녀와 나무꾼' 공연은 갑작스러운 폭우 탓에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780여 석의 객석은 일순간에 가득 찼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걸 제어하느라 직원들이 몸으로 막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올해 '마당춤판'은 부산문화회관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하루에 그쳤던 공연을 이틀로 늘리고, 고전의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재미를 더한다. 부산시립무용단의 2008 여름마당춤판 '드라큘라가 되어버린 장화 홍련'이 오는 17일과 18일 오후 8시 부산문화회관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장화와 홍련이 드라큘라가 되어 계모와 그 아들 장쇠에게 복수를 하는 것으로 전통 설화를 재해석했다. 장화는 '하이마트에서 닌텐도를 사준다'는 장쇠의 꾐에 빠져 드라큘라에게 팔려간다. 장화와 홍련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청와대와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높은 사람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허탕을 치고만다. 높은 사람 대신 장화와 홍련의 넋두리를 들은 야간 아파트 경비원이 군중을 끌어 모아 원한을 풀어 준다.
파격적인 내용에 맞게 춤뿐 아니라 대사, 노래가 함께 어우러진다. 그리고 자막을 대신해 지문을 종이에 적어 가르쳐주기도 한다. 춤판이 너무 변질되는 것 아닌가 우려마저 든다. 홍기태 부산시립무용단 수석안무자는 "야외춤판은 관객과 하나 되는 무대다. 모든 관객이 주인공이 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며 "하지만 공연의 중심을 잡기 위해 정규 공연보다 안무를 더 정성껏 꾸미고 춤 연습도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장화를 맡은 권봉정 수석은 '춘향' 등 크고 작은 공연의 주역으로 활동한 베테랑이자 부산시립무용단의 분위기 메이커. 무용 실력뿐 아니라 노래, 연기 등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 2005년 시립예술단이 합동으로 꾸민 '무릉도원'에서 배운 연기가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좋은 춤은 기본이고, 연기와 노래로 서비스할게요."
홍련 역의 오수연 단원은 여성스러운 성격으로, 주역이 처음이다. 부족한 연기 때문에 홍 안무자로부터 질책을 받고 울기도 수 차례. "한번 혼날 때마다 연기가 느는 것 같아요. 공연 전에 다시 혼이 나야 공연 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이번 공연은 어린이 구호를 실천하는 유니세프를 후원하기 위해 '유니세프 사진전'을 함께 열고, 자율 모금도 실시한다. 051-607-6118. 김수진 기자 kscii@busanilbo.com
기간 : 7/1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