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소설가 요산 김정한(1908~1996·사진)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김정한은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이자 부산 문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위상이 굳건하다. 불의에 맞서는 저항, 낮은 사람들을 향한 사랑, 자연과 생태에 대한 애정으로 이뤄진 리얼리즘 정신이라고 '요산 정신'을 요약할 수 있다. 요산 정신과 요산 문학에 대한 찬반, 좋아함과 싫어함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그를 빼놓고 한국 또는 부산의 문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

부산작가회(회장 구모룡)는 해마다 주최하는 가을의 요산문학제를 올해는 특별히 '요산 김정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제11회 요산문학제'로 치르기 위해 '바쁜 9월'을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요산 탄생 100주년 기념 제11회 요산문학제'의 얼개를 잡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던 부산작가회의는 최근 주요 행사의 전체적 일정을 내놓았다. 구모룡 회장(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요산 문학을 재평가하고 그의 문학이 지닌 21세기적 가치를 드러낼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요산의 문학은 사회의 약자들이 자기의 땅에서 소외되는 삶을 경계했기에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 민중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고 그의 몇 소설은 한국 생태환경 문학의 선구로 평가하기에 족하다"고 설명했다.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제는 이런 정신과 가치를 현실에 맞게 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주요 행사는 다음과 같다. ▷10월 17일 요산 김정한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제11회 요산문학제 개회식=평론가 인하대 최원식 교수가 '요산과 21세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부산작가회의 시인들이 대거 참가한 시집 '부산을 쓴다' 출판기념회를 연다. 최 교수는 요산 문학에 애정과 연구가 깊은, 영향력 있는 평론가다. '부산을 쓴다'는 시집은 부산 여러 지역을 부산 시인들이 시로 형상화하는 작업이어서 관심을 끈다. ▷10월 18일 시민백일장 ▷10월 19일 요산문학기행=부산 일원 요산 선생의 작품 무대를 돌아보고 문학콘서트 등 행사도 갖는다. 국제신문 동보서적 부산문화연구회와 공동 기획·진행 ▷10월 24일 요산 흉상 제막식=요산기념사업회(이사장 정흥태)가 주도해 제작한 흉상을 요산문학관에서 제막 ▷10월 24~25일 세미나와 전국작가대회 ▷10월 25일 연극공연=마당극 극단 자갈치가 '오키나와에서 온 편지'를 올린다.

세미나와 전국작가대회는 문학제의 핵심 행사. ' 리얼리즘, 생성의 상상력' '21세기 리얼리즘 작가의 사명' '디아스포라 민족문학과 21세기의 전망'을 주제로 삼았다. '민중-연대-생태-소외-문학방법론'으로 이어지는 요산의 유산을 포괄하며 국내 유명 문학인과 중국 일본의 재외한민족 문학인들이 부산을 찾는다. 이와 함께 요산문학전집 발간 사업의 1차 작업으로 소설 전집을 준비 중이며 부산 소설가들이 참가하는 '부산을 쓴다-소설집'도 펴낼 계획이다. 꼭 필요한 사업으로 거론된 '요산 김정한 평전' 발간 사업은 후속사업으로 돌렸다.전례 없이 일찍 준비에 나섰던 부산작가회의는 지난달 8일 유례 없는사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해진 예산(부산시 8000만 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800만 원, 대산문화재단 400만 원) 외에 지역사회 후원금 모금에도 나섰다. 구 회장은 "준비 마무리 기간인 9월은 관계자들과 부산작가회의에게 가장 바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요산 정신과 문학을 21세기 '오늘, 여기' 시민과 독자의 품에서 새롭게 펼치는 것이 초점"이라고 말했다. www.busanwrit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