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용계의 천재적인 안무가이자 부산지역의 진정한 춤스승으로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해낸 故 황무봉(1930-1995) 선생의 추모 10주기를 맞아 현재 한국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많은 제자들이 모여 선생의 남겨진 춤유산을 복원하여 원형을 보존하고 선생의 업적을 세상에 알려내고자 기념사업을 준비한다. 황무봉 선생님의 교육이념, 천재적인 안무자로서의 예술혼, 그리고 한국춤 뿐만 아니라 세계여러나라의 다양한 춤을 수용하면서 우리춤의 새로운 표현양식의 개발을 위해 노력했던 재야 무용인으로서의 선생의 춤세계를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되는 공연, 워크숍, 책자발간, 세미나 등의 다양한 기념사업이 2월 22일-7월 2일까지 서울, 일본, 부산, 진주 등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무봉(舞峰) 황경락(黃敬洛) 진주,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황무봉 선생은 열린 교육자로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내었고 끊임없는 창의력으로 한국창작춤이 만개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올곧고 강인했던 우리시대의 스승이었다. 선생의 본명은 황경락(黃敬洛)으로 황무봉은 예명이다. 선생의 춤스승 박영호(월북)는 봉우리 위에서 춤을 춘다는 뜻으로 춤출 무(舞)와 봉우리 봉(峰)자를 써서 무봉이라 지어주었다. 1930년 일본의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일본 이민 3세대인 황무봉 선생은 18세의 나이로 귀국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살았다. 선생의 조부는 개화된 교육방식을 가졌던 분으로 황무봉 선생이 발레 무용연구소에 등록하여 무용수업을 시작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귀국하여 진주에 정착하고부터는 외조부로부터 한국춤의 멋과 흥을 물려받았다. 당시 선생의 외조부는 통영오광대 춤꾼들과 막역한 사이로 외손주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들과의 교류의 길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그 이후 무용에 대한 열정은 다니고 있던 고성농고마저 중퇴하고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위해 뛰어들게 하였으며 장추하, 이을용, 박영호, 조택원, 한영숙, 김수악 등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대가들로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는 가능한 한 많은 춤을 배우고 익혀 자신만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출하고자 했던 의지의 발로였다. 그리고 마침내 1954년, 선생은 진주에 ‘황무봉 예술 무용학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교육자의 길을 병행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열어 나가기 시작한다. 1957년에 이르러 6.25동란 동안 피난 수도라는 이름 하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부산의 문예활동이 전쟁이 끝난 후 한동안 정신적 공황기를 맞이하게 된 시점에 황무봉 선생은 자신의 무용학원을 부산으로 이전, 개설했다. 이는 부산 무용계의 자리매김을 위한 출발의 시초였다. 1961년, 선생은 부산이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부산무용협회장과 부산문화예술총연합회 부지부장을 맡았고 1964년에는 부산 춤꾼들을 이끌고 일본공연에 나서 도쿄, 오사카, 시모노세키 등 6개 도시를 1개월 동안 순회하는 저력을 보였다. 부산시민회관이 지어질 무렵이던 1972년, 선생은 전국 최초의 직업무용단인 부산시립무용단을 출범시키고 직접 초대 안무장을 맡았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안무한 ‘송도별곡’이란 작품을 들고 다시 일본의 순회공연에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선생의 이러한 열정적인 활동은 부산시립무용단의 안무장을 그만 둔 후에도 22차례에 걸친 개인발표회를 여는 등 쉼없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황무봉 선생의 마지막 공연은 1990년 회갑기념으로 올려졌던 “춘향”으로 1977년에 발표했던 작품을 초연 때의 출연진 그대로 (김현자, 정재만, 최희선, 송범, 김주상 외) 서울, 부산, 진주, 제주 등 4개 도시를 순회하였다. 선생은 1995년 7월8일 경남 남해군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하기까지 대학교수직도 마다하고 오직 지역문화 발전과 차세대 무용교육에만 힘을 기울인 진정한 춤꾼이자 스승이었다. 진보적인 창작철학을 가진 진정한 춤스승 여러 종류의 춤을 섭렵하여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황무봉 선생의 춤 철학이었다. 한영숙, 조택원을 비롯한 많은 스승으로부터 전통춤을 사사받았던 황무봉 선생은 어느 것 하나 그대로 답습하는 법이 없었다. 전통적인 춤에서 몸이 가지는 선의 흐름을 중요시 생각하고 차용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발레의 형식이나 현대무용의 기법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접목시켰다. 뿐만 아니라 연극적인 마임과 연출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창작 춤의 높은 안목과 기교의 세련미를 갖춘 무용예술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또한 작품에는 항상 생음악을 직접 녹음하여 사용했고 그러다보니 선생의 공연에는 박성옥, 성금연, 박범훈, 이생강 등등 당대 제일의 연주가들이 참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선생의 이러한 진보적인 창작작업은 현재 한국무용계를 이끌어 가는 많은 제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내 춤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재산은 제자들이다!”라고 늘 얘기할만큼 황무봉 선생의 제자사랑은 그만큼 각별한 것이었다. 그 제자들이 지금은 한국 무용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선생의 춤정신을 이어가고 있는데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 김현자(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이영희(전, 경성대학교 교수), 양선희(세종대학교 교수), 유정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주상(진주 선매리예술무용학원 원장), 이창훈(제주무용협회 지회장), 지도연(부산이화무용학원 원장), 김미숙(경상대학교 교수), 백연옥(바가노바발레아카데미 예술감독), 강미선(한국체육대학교 교수), 황미혜(황무봉 선생의 차녀/김인숙 무용아카데미 강사), 서지영(서지영무용단 단장), 박경랑 등 무용교육자로 보낸 50년 세월동안 배출해낸 제자만 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활동은 지금에 와서 당당히 ‘황무봉류’라 명명될 만큼 우리 무용계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황무봉’만의 독특한 춤사위와 정신을 바탕으로 일관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