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의도

10년전, 90년대 중반, 정치적 경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던 세기말 한국사회 상황에 별스레 대응하지 못하고 불순한 평화로움 속에 불안해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던 젊은 세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건 기성세대에 인정받지도 못하고 신세대들처럼 자기 몫 찾기에 당당하지도 못한 우리 세대의 이야기였고, <우리에게는...>는 그런 우리들에 대한 경고와 희망을 얘기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그런 희망들이 사회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과연 희망인가?더욱 은밀해진 불순한 평화로움속에 조작된 듯 웰빙을 외쳐대며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것들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을 보이며 살아가고 있다. 적을 잃고 헤매인다던 비판의 촉수들도 자리차지 하기데 급급하다. 세기말의 징후는 이제 더 이상 징후가 아니라 내 집에서 세들어 살고 있는 이웃이 되어버렸다.
이런 시대에 우리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과연 우리가 하고 있는 연극이 이 시대의 삶과 어떤 구체적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바닥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결국 그 고민에 따른 실천이 우리가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앞으로 10년, 20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10년만에 올려지는 <우리에게는...>은 창단초기 이윤택 선생님의 창단사에 쓰여졌듯이 "지금 이곳 우리의 삶을 억압하는 부정적 요소는 부정의 양식으로, 희망적 징후는 긍정의 양식으로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가마골 소극장의 젊은 희망들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 보려한다.



작품내용

무대는 세유형의 인물이 모여 사는 한 아파트이다. 기득권과 권력의 상징이라 할 부잣집 딸 미정은 허무에 휩싸인 젊은 인테리들과 록카페에서 만난 반항적인 펑크족을 집으로 끌어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독재를 꿈꾼다.
미정은 기성세대 혹은 제도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부하는 무명 록가수 행덕과 록카페 댄서 현아와 더불어 자유로운 섹스, 대마초, 오토바이 폭주 등을 즐기며 도시감각의 욕망을 꿈꾸며 밀폐된 자기들만의 세상 '또 다른 정부'를 꿈꾼다.
또 컴퓨터 그래픽 다지이너로 소시민의 안정된 삶을 꿈꾸는 성진은 미정의 태도에 방관적 태도를 취하며 속으로 현아를 사랑한다. 운동권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소희, 소희의 연인이자 신문기자로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독설가 철민은 이 집의 비현실적이고 유폐적인 분위기를 비판하면서 소희를 끌어내려 한다.
미정은 소희, 철민에게 적의를 가지고 대한다. 이집의 독재자 미정의 광기와 악마적 행태가 극에 달하면서 이집은 종말의 위기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