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최은희(경성대 무용학과·사진) 교수의 최근 몇년 간 작품 행보를 돌이켜 보면 창작이 됐든 전통이 됐든 '우리 춤다운 우리 춤'을 가다듬고 이에 기반해 새로움을 재창조하는데 매진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절정은 지난 해 4월, 우리 춤의 미학을 한 자리에 모으기로 작정을 한 듯 2시간 30분 동안 중간휴식시간도 없이 다채로운 한국춤을 연속으로 선보인 '최은희의 우리춤 큰춤판'이었다. 이 공연을 전후한 작품에서도 그는 명상 호흡 기운 생명 등 전통의 요소를 가까이 두고 '춤의 춤다움'을 강조하면서 창작의 영역까지 한발한발 나아갔다.
최은희 교수가 이번에는 이런 흐름에서 약간 벗어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한다. 최 교수는 '목숨오름-꽃을 위한 생명'(안무 최은희)이라는 춤작품을 오는 12일 오후 8시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연다. 이 공연은 자신의 솔로 시리즈 공연의 일환으로 '한국춤과 디지털 미디어의 조우'라는 부제를 내걸었다.
"창무회 창단공연에 참가해 첫 작품 '이 한 송이 피어남에'를 올린 것이 1978년이었어요. 올해로 안무자로서 공식 데뷔한 지 30년이 됐네요. 그 동안 안무자로서 참 많은 작업을 했는데 규모가 큰 작품을 할 때 안무자는 창작자이기도 하지만 '조정자'이기도 해요. 워낙 많은 요소들이 얽혀드니까. 그런 상황에서 '내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춤꾼으로서 갈증은 한번도 떠나지 않았죠." 그가 솔로시리즈를 통해 춤꾼으로서 꾸준히 변신을 꾀하는 이유다.
"이 작품에는 디지털영상을 주요한 요소로 끌어들였어요. 영상이 문화를 좌우한다는 시대적 상황을 참작한 것은 맞아요. 그렇지만 그 추세에 따라가려고 이 작품을 만든 건 아녜요. 하지만 한국춤이 디지털 미디어와 만남으로써 표현력을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시대를 반영한 환경을 조성해놓고 그 속에서 춤을 추면 그저 기존의 춤속에만 갇혀있는 것보다 더 자유롭게 춤의 욕망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최 교수의 설명이다.
'목숨오름-꽃을 위한 생명'은 별 빛 물 불 꽃 빛의 형상을 차례로 표현하는 압도적인 이미지 영상을 배경에 깐다. 꽃피는 생명의 원시적인 생명성, 디지털 세상에 휘감겨 혼돈으로 빠져드는 현대의 삶, 속박을 벗고자 경계선 넘어 탈출을 감행하지만 그렇게 탈출한 곳이 또 다른 속박의 공간임을 알게 되는 생명의 역설, 생명의 다함과 구원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디지털 영상은 최성원(용인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음악은 현대음악가 양용준 씨가 맡았다.
. 장르 : 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