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의 원작을 바탕으로 훔퍼딩크가 작곡한 오페라「헨젤과그레텔」은 베르디와 바그너 두 거장을 필두로 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발전에 비해, 바그너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서 곤란을 겪던 독일 오페라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준 작품이다. 훔퍼딩크는 누이동생 베테의 요청으로 그림형제의 원작 동화를 각색해서 가족을 위한 오페라를 만들게 되었는데, 줄거리가 동화인 점을 감안하면 관현악이 다소 무겁고 복잡하지만, 독일 민요의 소박하고 단순한 선율을 곁들이고 있어 친근감이 있다. 바그너의 영향을 받아 라이트모티브를 사용하여 음악적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는 이 오페라는 1893년 12월 23일 바이마르에서 리하르트 스트라우스 지휘로 초연되었다. 서곡은 오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시되는데, ‘고요하면서도 너무 느리지 않게’라는 종교적 테마로 시작되어 다이나믹한 아름다움이 나타나다가 다시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마무리된다. (연주시간 : 약 8분)
□ 라이네케 / 플루트 협주곡 라장조 작품283
라이네케는 리스트와 클라라 슈만의 존경을 받는 피아노의 거장이었다. 그는 리스트의 딸 코지마(훗날 바그너의 아내)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그리그에게 작곡을 가르치기도 했다. 라이네케의 피아노 곡과 플루트 소나타 「운다인」, 그리고 이 라장조 플루트 협주곡 등이 오늘날까지 즐겨 연주되고 있는데, 특히 이 플루트 협주곡은 근 90년 전에 작곡된 메르카단테의 마단조 협주곡 이후 최고의 협주곡으로 손꼽힌다. 1908년에 작곡된 이 곡은 라이네케의 낭만적 음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멘델스존과 슈만 등 19세기 낭만파의 음악적 언어를 근거로 하고 있어 파격적이거나 신랄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멜로디와 화성에 있어 매우 예리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은 라이네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형식미와 후기 낭만주의적 성향이 적절히 융화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적 향취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3악장 형식으로 각 악장마다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교향곡적 분위기의 제1악장은 브람스를 연상케 하며, 제2악장은 벨 칸토 아리아의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벨리니와 젊은 시절의 도니체티를 연상케 한다. 플루트 독주가 슬픔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게 오케스트라는 반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제3악장은 전체적으로 멜로디와 반주가 명료하게 윤곽을 형성하고 있는 한편 리드미컬한 짜임이 돋보인다. (연주시간 : 21분)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
렌토 에 메스토
모데라토
□ 시벨리우스 / 교향곡 제2번 라장조 작품43
시벨리우스는 독일에서 수학한 만큼 독일 후기 낭만파의 영향을 받았지만, 북구 고유의 무겁고 어두운 화성이나 핀란드 민속 음악의 특징있는 리듬을 사용하여 향토적인 개성이 강한 작곡가다. 이 교향곡 제2번은 20세기 교향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북구 핀란드의 풍토를 연상할 수 있는 특유의 자연주의가 농후해서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시벨리우스의 작품 중에서도 그의 교향시「핀란디아」와 더불어 가장 완성도가 높고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제1번에서 보였던 러시아 음악의 영향에서 벗어나 시벨리우스의 독자성이 강조되어 있으며, 관악기군을 활약시킨 제3악장과 제4악장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멋진 고조를 보여주고 있다. 또 북구의 정서가 듬뿍 담긴 제2악장을 듣고 있으면 짙은 안개가 자욱한 핀란드 호수의 정경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초연은 1902년 3월 8일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헬싱키에서 이루어졌다. (연주시간 : 43분)
장르 : 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