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표현된 모든 것은 지나칠 정도로 분명하게 '중국'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의 역사로 확대되지도,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제4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사진)에 대한 날선 분석이다. 글은 이어진다. "그 모든 것은 단지 동방적 경관, 동방의 거울성 속에 갇힌 얼룩진 거울 이미지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것들은 천카이거가 미친 듯 사랑해마지 않던 칸의 메뉴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조미료에 불과했다."
베이징대 비교문화학 교수 다이진화의 '무중풍경'(산지니/이현복·성옥례 옮김/2만원)'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역사와 예술의 충돌이라는 일반적 해석 대신 저자는 이 영화에서 남성 중심의 서사방식과 중국의 역사적 폭력의 양면성을 읽는다.
이 책의 첫 번째 힘은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관변의 말', '관변의 문장'과 싸우며 제 3세계 학자의 '숙명'과 부딪쳐 썼다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서구 이론과 표현으로 걸러진 중국영화 대신 내부에서 바라보고 파악하고 사고한 중국영화, 더 나아가 중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진득한 이해를 제공한다.
두 번째 힘은 '좁고 깊음'에서 나온다. 저자는 중국이 문화대혁명을 딛고 개혁 개방 정책으로 전환하던 1978년부터 세계화에 직면한 1998년에 이르는 10년간을 연구 기간으로 제한했다. 이 속에서 역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현실에서 발을 뗄 수 없었던 4세대('기울어진 탑')와 문화대혁명의 아들로 끊임없이 민족의 뿌리라는 역사에 집착했던 5세대('역사의 아들'), 세계화의 물결과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6세대('안개 속 풍경')가 일별된다.
부산의 출판사 산지니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출판 지원을 받아 최근 출간했다.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시즘 등 다양한 사상의 잣대와 풍부한 비유가 동원되는 저자의 문체를 결대로 살려낸 번역도 좋다. 이 책은 부제가 '중국영화문화 1978-1998'로 중국 현대 영화사와 영화비평의 명저로 국내외에서 많이 인용되는 책이다.
. 장르 : 신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