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이 세상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향을 사르며 술 한 잔 치고/보랏빛 연기 피어오르는/한때는 구름 생각으로 밤마다 잠을 설치고/한때는 구름을 잡으러 멀리까지 떠돈 적도 있지만/구름은 구름일 뿐/정처 없이 흔적도 없이/청운의 꿈! 거짓말 하지 마라/…/잘 가게. 세상은 목에 넘어가지 않거늘/한 조각 구름으로 피었다가 한 조각 구름으로 스러지는/허리 굽혀 향을 사르고 첨잔을 하고'('분향' 전문)

'구름은 이 세상 어느 누구의것도 아니었다.…청운의 꿈! 거짓말 하지마라…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세상은 목에 넘어가지 않거늘'. 세상은 목에 넘어가지 않더란 말은 시인의 독백처럼 들렸다.

김석규 시인이 새 시집 '청빈한 나무'(시학)를 펴냈다. "지난 해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시작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시인의 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그는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고 이내 말했다.

김 시인은 196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과 '현대문학' 추천인은 모두 청마 유치환 시인이었다. '시와 자유' 동인이기도 한 그는 등단 40년을 훌쩍 넘긴 시인이다. 그리고 김 시인은 지난해 정년퇴임하기까지 40여 년 교직에 몸담았다. 교사 장학사 교육행정가를 두루 거쳤다.

"40여 년 동안 시인이라는 바퀴와 교직이라는 바퀴를 함께 굴렸다. 나는 이 두 바퀴의 지름이 같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두 바퀴의 지름이 서로 다르면 수레는 헛돌 수밖에 없다. 지름이 같아야 시도 교육자의 길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니까…."

'청빈한 나무'는 그가 28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나더러 다작의 시인이라고들 한다. 나의 다작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게 세상은 시로 쓸 제재가 널려 있는 곳으로 보인다. 조금만 깊게 관찰하면 시로 쓸 대상은 엄청나게 많다. 많이 쓰면서 고른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나를 치열하게 만든다. 과작한다고 반드시 좋을 시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교직에서 은퇴한 뒤 '퇴역이 없는' 직업인 시인으로서 더 맹렬하게 쓰고 있는 김 시인은 "요즘 젊은 시인들의 과감하고 다양한 시도들은 존중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 자체에 매몰돼 외골수가 되거나 자신에게 갇혀버린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후배시인들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