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전통 포용하는 기독교 성상화 창작 천착

서양화가 서상환전 23일까지 미광화랑서

 

 

"기독교는 서구의 종교입니다.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왔다면 당연히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포용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30여년 이어오고 있는 제 작업의 밑바탕이죠."

서양화가 서상환(67·사진)씨는 자생적인 기독교 성상 예술 창작에 천착해오고 있다. 경성대 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70~80년대부터 성상화(聖像畵) 제작을 본격화했다. 신앙생활로부터 얻은

심신의 화평, 영적인 각성 등 성령 체험을 시각화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성상미술 작업을 통해 서구

식 성상화를 철저하게 한국식으로 변모시켰다. 기독교적인 모티브에 한국인의 심성에 내재된 미의식

인 전통문양, 민화, 고미술 등 요소를 접목해 그만의 독특한 성상예술을 만들어냈다.

1979~80년대 작 '교회의 죽음'을 보면 교회 이미지 안에 우리나라 고유의 떡살 문양이 아로새겨져 있

다. 그 문양은 마치 죽은 사람이 여러 명 겹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기독교가 사람이 가진 개성

을 무시하고 교리만 지나치게 중시하던 세태를 각성시키려는 의도를 담아냈다. 서구식 사고를 강조하

며 우리의 심성, 정서, 고유신앙을 낮춰보는 세태에 대해 회화를 통해 항변한 셈이다.

기독교적인 색채가 농후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유유히 흐른다. '간구자들' '만남' 등

1980년대 테라코타 작품은 간절히 갈구하는 신앙적 자세가 묻어나지만 그 형식은 한국적 미를 담아낸

토우를 연상시킨다. 이 작업을 위해 토우가 전시된 박물관을 수 차례 찾기도 했단다.

근작들에서도 작품의 기조는 그대로 이어진다. 나무판을 파낸 뒤 요철감을 살린 '만트라'라는 작품은

토속적이고 불교적 색채가 짙다. 예수를 중심으로 만물의 기운이 동심원을 이루며 하나로 모이는 형

태를 담아냈는데 이는 불교의 만다라(신성한 성역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으로 우주의 진리를

표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서 화백은 경남미술원에서 조목하, 김봉기, 김종식 화백을 사사했다. 독학으로 구축한 그의 1970~80

년대 성상미술 작업과 근작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미광화랑에 마련됐다. 23일까지. 회화, 판화, 테라

코타, 도자기 등 60여 점.

 

-부산일보 10.17  김상훈기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