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월쉬의 '하이시에라'.

시네마테크 부산(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이 2007년을 마무리 할 12월 식단을 맛있게 준비했다. 주 요리는 2가지. 1940, 5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서부영화의 진수와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챙겨봐야 할 베스트 무비 6편이다.

우선 오는 16일까지 상영되는 '서부의 황혼, 라울 월쉬&안소니 만 특별전'은 할리우드 고전기의 숨은 두 거장의 작품 15편을 소개한다. 라울 월쉬는 주인공의 자기중심주의와 반 사회적인 특성에 무게를 두었고, 안소니 만은 부패해가는 공동체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묘사, 심리적 웨스턴 혹은 모던 웨스턴의 거장으로 불린다.

라울 월쉬의 대표작으로는 영화사상 최고의 터프가이로 손꼽히는 제임스 캐그니의 열연이 돋보이는 '화이트 히트', 사실적인 권투 경기 묘사로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받은 '젠틀맨 짐' 등 8편이다. 안소니 만은 유난히도 씁쓸하고 아름다우며 도덕적 불확실성이 매력적인 '윈체스터 73', 백인 배우가 인디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며 심리적인 혼동을 그린 '지옥문을 열어라', 장 뤽 고다르가 '웨스턴의 재발명'이라 일컬은 그의 마지막 서부극 '서부의 사나이' 등 7편이 상영된다.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

시네마테크 부산 관계자는 "두 감독은 동시대 작가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의 고전적 서부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하이 시에라'(라울 월쉬), '지옥문을 열어라'(안소니 만) 등 9편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다"고 말했다.

18~30일까지 2007년을 마무리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베스트 6편을 묶은 '아듀 2007 마이 베스트 무비즈'도 개최한다. 평단과 관객의 높은 평가를 받은 '스틸 라이프'와 '폭력의 역사', '익사일'을 비롯해 가족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할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카모메 식당', '원스' 등이다. '천장지구' '흑사회'의 두기봉 감독이 만든 홍콩 느와르의 또 다른 걸작 '익사일'은 조직을 배신한 조직원과 동지 사이의 로망을 스타일리시하게 그려냈고,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는 댐으로 수몰된 산샤 지역의 가족을 찾아 든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 해 일본 내 최고 화제작인 호소다 무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사춘기 소녀의 엉뚱한 시간 되돌리기다. 이외 6, 13일, 20일 독립영화정기상영회에서는 성매매 방지법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언니'(계운경 감독)와 2007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 등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