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으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위트와 아이러니, 긴 여운까지 잊지 않았던 마르셀 에메의 단편이 원작. 1940년대 프랑스의 소심남 듀티율이 벽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능력을 갖게 된 뒤 벌어지는 몽마르트 거리의 소동과 사랑스러운 첫사랑을 대사 없이 노래로만 풀어가는 오페레타 뮤지컬이다.

영화음악의 거장 미셀 르그랑이 작곡한 경쾌한 뮤지컬 넘버들은 챔버 오케스트의 풍성한 연주에 실리고, 젊은 현대무용 안무가 정영두의 연출은 유려한 춤과 두드러지는 인물들로 호평받았다. 벽을 뚫는 기법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하는 관객들의 무릎을 치게하는 무대(김태영)와 조명(이우형)도 주목할 만 하다.

11명의 배우들이 23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캐스팅의 면면은 뮤지컬 팬의 기대치를 한껏 높인다. 설명이 필요없는 뮤지컬 스타 남경주(23일)와 '바람의 나라'의 고영빈(24일)의 듀티율, 신예 정명은의 이사벨라는 물론 1인 3역을 거뜬히 소화한 김성기, 임철형의 감초 연기와 뮤지컬계의 신성 조정석과 탤런트 고세원의 출연이 특히 화제다. 한 차례의 앙상블(합창)도 없이도 완벽한 팀워크를 이룬 배우들의 조화가 큰 박수를 받았다. 23일 오후 4시, 8시. 24일 오후 3시, 7시. 1644-4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