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스로를 '이바구꾼'이라고 말한다. 어딘가에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되면 그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곳에 운 좋게도 오래된 선술집이 있다면 속으로 얼씨구나 하고 외친다. 선술집에는 으레 늙수그레한 주모가 있기 마련. 주 씨는 그에게 정중하게 '이바구' 한 편을 청하고 대신 술턱을 왕창 낸다. 술청에 있는 모든 주객들에게 한잔 사는 것이다. 얘기가 길어진다싶으면 주 씨는 선술집 문을 일찌감치 닫게하고 흥겨운 '이바구판'을 이어간다. 20년 넘게 그렇게 전국 '이야기골'을 누벼왔다. 1994년부터 최근까지 전국문화유적답사기 84권, 드로잉여행기 '그곳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1997년), 부산 근대문화지도 '해방전후부터 80년대 말까지-문화예술인들의 발자취를 찾아서'(2004년), 인물기행 '부산의 꾼·쟁이를 찾아서'(2007년) 등 다수의 책을 냈다. 음력 설을 앞두고 그가 또 한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부산이야기 99'(부산민학회)이다. 부제가 '그림과 함께 보는 부산의 역사와 문화터'.
책 내용은 크게 여섯 종류로 구분된다. 역사가 있는 부산마을, 역사 기행, 외세에 대한 항전의 기록, 근대 역사 문화터, 부산 민속 현장, 지역 문화예술의 사랑방이었던 광복동 이야기이다. 여기에 1990년 이후 부산지역 풍경을 그린 연필·펜화 87점에 옛 사진자료 12점이 실렸다. 지은이는 쉽게 '이바구'라 했지만 거개가 사실·역사성을 바탕 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홉 번째 '구포다리와 구포둑 그리고 구포장'이 그런 모습이다.
이 얘기의 무대는 구포다리 즉, 낙동장교가 가설된 1933년에 일어났던 구포와 대저 주민들간 흥미진진한 줄다리기 현장이다. 다리를 놓기 전 구포·대저 주민은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왕래했다. 구포다리 건설을 밀어붙인 이는 당시 일본인 경남도지사.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포다리는 1933년 3월 가설됐는데 말썽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다리에 설치된 조명등의 전기료를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구포·대저 주민 간에 언쟁이 시작된 것. 두 지역 주민은 옥신각신하다가 구포 다리 위에서 줄다리기를 해서 진 쪽이 전기료를 내기로 합의했다. 구포다리 위에서 역사적인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승자는 구포 주민, 화가 치민 대저 청년들은 다리 조명등을 돌팔매질로 박살냈다고 지은이는 적고 있다. 다소 거친 전개지만 정감이 가는 얘기다. 주 씨는 이처럼 구수하고 살아 숨쉬는 부산의 맨얼굴을 푸짐하게 보여준다.
-국제신문 2/10 서동오 기자 기사
지은이 : 주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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