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중 한 장면.

'대서양 단독 횡단 비행을 성공리에 마친 조종자 앙드레는 후작 로베르의 아내 크리스틴과 사랑에 빠져 있고, 후작 로베르 역시 주느비에브라는 애인이 있는 상태다. 한편 크리스틴의 하녀 리제르도 남편 슈마허와 하인 마르소와 삼각관계에 빠진다. 로베르의 성에서 열리는 사냥파티 동안 크리스틴은 남편 로베르와 정부의 관계를 눈치채고, 앙드레와 성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리제르 또한 슈마허, 마르소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드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 순간 이 사람, 저 사람 사이에서 헤매게 된다. 영화사상 가장 복잡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풍부하고도 상징적인 영상기법에 영화평론가와 학자들이 혀를 내둘렀다는 작품, 장 르누아르(사진)의 '게임의 규칙'이다. 1939년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 귀족 계급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라는 이유로 혹평 받고 상영금지까지 당했지만, 오늘날 역사가와 비평가에 의해 재해석을 멈추지 않게 하는, 세계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2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비평가들이 행한 투표에서 역대 우수영화 3위에 오른 이후 각종 투표에서 한 번도 선두 그룹에서 밀려난 적이 없는 '게임의 규칙'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시네마테크 부산(해운대구 요트경기장 내)이 오는 25일부터 개최하는 '장 르누아르의 작은 극장'에서다. 지난 2002년에 국내 최초로 17편을 소개한 장 르누아르 회고전에 이어 6년 만에 마련되는 자리로, '지하세계' '시골에서의 하루' '하녀의 일기' 등 국내 미공개작 5편이 추가된다.

프랑스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손꼽히며 '시적 리얼리즘' 시대의 황금기를 열었던 명장으로 추앙받는 장 르누아르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이다. 그는 유년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상력과 깊은 통찰력을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여 냈다. 특히 그가 1930년대에 성취한 리얼리즘의 스타일과 시각적 아이러니, 병행 이야기 서술기법 등은 후대 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상영될 작품은 1924년 데뷔 이후 프랑스와 미국 인도 등을 오가며 얻은 사회성 짙은 풍자와 인간의 본능과 본질에 관련된 근원적 질문을 담은 대표작 22편이다. 에밀 졸라의 소설을 각색한 '나나', 소설 '보바리 부인'을 각색한 '보바리 부인', 인도에 사는 영국인 가정을 다룬 '강', 나치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려는 프랑스 병사를 다룬 '탈주한 하사' 등이다. cinema.piff.org, (051)742-5377